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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리저리 따지고 변명하는 것보다 오히려 시원하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잔머리 하나는 라수스가 자랑하는 한 가지가 아니었던가……

“카미엔님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전혀 의심없고 정중함이 담긴 말투였다. 라수스의 사과에 카미엔이 당황해하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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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저야말로……..”

어색하게 대답하는 카미엔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고 있지만 라수스의 속마음은 분노로 터질 것만 같았다.
라수스의 마음과는 다르게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스반 측 사람들은 신이 나고 있었 다.
어느순간 갑자기 상황이 묘하게 변해 버리는 것.
몇몇 사람들은 분명 경험해 본 것들이었고 몇몇은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특히나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지금 당하고 있는 라수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머리를 다친 것 같은 멍한 느낌. 무어라고 반박을 하고 싶고, 자기만의 주장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상황. 그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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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어 오르는 분노. 그럼에도 찍소리 못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원망까지…..
자기들이 당하고 있을 때는 답답함에 미칠 것만 같았는데 지켜보는 상황이 되니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 없었다.
최초로 경험해 보았던 3L의 멤버들과 멜리언은 눈에 띄지 않지만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고, 최근에 당한 멜리사와 카미엔,
특히나 왕실 화장실 청소라는 진귀한 경험을 했던 네이트와 프로켄의 속마음은 당장이라도
춤을 추면서 무도회를 휩쓸고 다니고 싶었따.

라수스의 뒤편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사이만은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겨우 누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라수스를
주군으로 결정한 뒤 곁에서 호위 겸 참모로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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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그는 라수스가 카미엔에게 춤 신청을 했을 때부터 라수스의
의도를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서연에 의해 계획이 저지되고 또 엉뚱하게 별것도 아닌 이스반의 공녀 따위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더군다나 처음으로 이런 대화에서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라수스의 모습에 놀라움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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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만 같았다.

“라수스님이 당신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으면 좋겠군요.”

낮게 깔린 사이만의 목소리가 울렸다.